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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Collabo

다둥이 김 박사 가족의 팀플레이

작성자  조회수1,477 등록일2024-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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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ICT 스토리

다둥이 김 박사 가족의 팀플레이

 

결혼도 출산도 드문 시절인 까닭에

이들의 가족사진이 괜히 더 흐뭇해 보입니다.

혼자 살다가 둘이 살기로 결심하는 것도 어려워지고 있는 마당에

하나 둘도 아닌 셋이나 되는 자녀와 함께 살아가기를 선택한

부부의 결심은 더욱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한여름 햇살보다 쨍한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따라

화학연의 녹색 정원으로 향했습니다.

더위도 잊은 채 잔디밭을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쫓으며

김선미 박사 부부의 이마에도 어느새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힙니다.

 

 


 

 

결혼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결혼생활을 유지해 나가는 일은 그리 만만치 않습니다.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두 사람이 시시콜콜한 습관부터 삶을 대하는 자세까지 수많은 다름을 이해하고 맞춰가다 보면 삐걱거림을 피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자주 투덕거리던 부부도 어느 순간 사소한 다툼을 뚝 그치게 되는 때가 있습니다. 육아라는 공동의 난제와 만나게 될 때입니다. 아이라는 낯설고 특별한 존재를 보살피며 한마음으로 팀플레이를 하게 되지요.

 

 

 

김선미 책임연구원(화학분석센터)은 서울대 박사학위 과정 중에 첫아들 가온이를 낳았습니다. 학교의 제도적인 배려가 부족한 가운데서도 교내 엄마모임 등을 통해 여러 도움과 조언을 받았는데 육아와 학업을 병행했지요. 지도교수도 육아와 학업을 병행하는 그를 지지하고 배려해준 덕에 무사히 졸업을 했고, 연구 교수로 일하며 둘째아들 라온이, 셋째 딸 다온이를 낳았습니다.

 

아이가 셋이 되자 맞벌이 부부는 더욱 바빠졌습니다. 컴퓨터를 거실로 옮겨 일을 하며 아이들을 돌보고, 어린이집에서 오는 아이를 하원 시킨 뒤 다시 직장에 나가는 날도 많았습니다. 부부 중 한 사람이 아이들을 볼 수 있는 주말과 휴일이 차라리 업무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 되곤 했지요. 하지만 부부가 맞벌이를 하며 셋이나 되는 아이들의 육아까지 감당하기란 한계가 분명한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동생 가족과의 공동육아. 김 박사 부부와 아이 셋, 여동생 부부와 갓 태어난 아기, 친정엄마까지 9명의 대식구가 복작거리며 한 집에 살던 기억은 지금까지 모두에게 재미있고 소중한 추억입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맹위를 떨치기 시작한 2020년 초, 이들 다섯 식구의 삶에도 큰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김 박사가 화학연 화학분석센터의 연구원 공채에 합격한 것입니다. 화학물질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온 그에게 플라스틱 첨가제, 난연제, 코팅제, 화장품처럼 다양한 물질로 이뤄진 혼합화학물질의 알려지지 않은 복합 위해성을 분석하고 예측모델을 개발하는 일은 더없이 흥미롭고 매력적인 도전의 대상이었습니다.

 

 

그가 새롭게 도전해야 할 일은 또 있었습니다. 태어나 자라고 결혼해 아이를 낳은 오랜 삶의 터전을 떠나 대전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뿌리를 내려야 한다는 것이었지요. 합격통보 한 달 만에 입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 김 박사 먼저 부랴부랴 기숙사에 짐을 푼 뒤 두 달 후에야 비로소 온 가족이 낯선 도시에 둥지를 틀게 됩니다.

 

 

 

 

이들 부부는 자녀들에 대한 꿈이 있습니다. 스스로 충만한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용기, 맡은 일에 대한 책임감과 더불어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도 함께 생각할 수 있는 배려심의 좋은 어른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것이지요. 그런 점에서 상대적으로 서울보다 덜 팍팍하고 여유로운 대전의 분위기가 자녀들의 인성교육에는 더 나은 환경으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학령기에 접어들며 이제 부모 품에서 벗어나 스스로 세상에 나아갈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서는 또 다른 큰 결심이 필요했습니다. 부부 중 누군가 하나는 전적으로 가사와 양육에 몰두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지요.

 

 

이들은 다둥이 가족, 타향으로의 이주라는 보기 드문 선택으로 넘어 또 다른 사회·문화적 도전에 나섰습니다. 전업주부가 되기로 결정한 남편이 어쩌면 직장생활보다 더 촘촘하고 바쁘게 돌아가는 집안일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아침을 준비하고, 세 아이를 깨워 씻기고 먹이고, 학교와 어린이집에 보낸 뒤 뒷정리를 하다 보면 금세 점심시간입니다. 간단히 본인 식사를 마치고 하원해 돌아오는 막내를 반겨주고 나면 이제 더 바쁜 오후가 기다립니다. 자신들의 의사에 따라 학원이나 개인학습을 선택한 아이들의 방과후 일정을 챙긴 뒤 저녁식사 준비에 들어가면 어느새 어슴푸레 해가 저물고 있지요. 오후 7~8시 정도에 귀가하는 아내, 아이들과 함께 식사와 설거지를 마치고 나면 비로소 시계초침처럼 빈틈없이 돌아가던 하루 일과가 무사히 마무리됩니다. 김 박사는 “또래의 기혼자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나처럼 여유 있는 여성이 없더라”는 말로 어려운 결정을 해준 남편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는데요.

 

 

 

 

세 아이들에게 엄마, 아빠는?

 

 

 

부부가 한 팀, 아이들이 한 패를 이뤄 운동경기를 하면 이제 큰 점수 차로 지는 게 당연해질 만큼 무럭무럭 잘 자라준 가온, 라온, 다온 세 자녀를 보며 김 박사는 요즘 이들 가족의 첫 해외여행을 꿈꾸곤 합니다. 결혼 20주년을 맞아 세 아이의 부모라는, 조금은 낯설고 특별한 세상을 함께 헤쳐 온 부부의 팀플레이도 기념할 겸 말이지요. 독일 철학자 플라스펠러는 “부모가 된다는 것은 철학적 모험”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아이를 낳겠다는 결심이 한 인간으로만 살아온 부부에게 이전에는 전혀 몰랐던 실존적 변화와 모험의 출발점이 된다는 것인데요. 김선미 박사 가족의 흥미진진한 도전과 모험이 결혼과 육아를 앞둔 많은 이들에게도 모험심과 도전의식을 북돋는 영감의 원천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