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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ict Special

폭주하는 '리튬'을 얌전하게

작성자  조회수550 등록일2024-08-26
4. 화재2.jpg [11,154 KB]

KRICT 스페셜

 

폭주하는 '리튬'을 얌전하게

 

 

 

잇단 전기차 화재에 ‘전기차 포비아’(공포증)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전기차의 리튬이온 배터리는 한 번 불이 붙으면 계속해서 다른 셀로 불이 옮겨 붙으며

순간 최고온도가 1,900℃까지 치솟는 열폭주 현상 때문에

공동주택이 많은 우리나라 특성상 자칫 대형 참사로 번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앞서 6월 발생한 화성 아리셀 공장 사고 역시 리튬 배터리의 열폭주가

많은 사상자를 낳는 원인이 되었지요.

각각 이차전지와 일차전지에서 시작된 이들 두 유형의 사고를

하나로 묶는 공통의 키워드는 ‘리튬’입니다.

 

20세기 들어 칠레, 호주, 미국, 중국, 캐나다, 볼리비아 등지에서 상당한 매장량이 확인되었고 전자산업의 급격한 발전과 맞물려 현대 사회의 필수 에너지 저장 소재로 각광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높은 에너지 밀도 덕분에 작고 가볍고 오래가며 용량도 큰 전지를 만들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1970년대에 처음 개발된 리튬전지는 재충전이나 재사용이 안 되는 일회용 일차전지입니다. 초기에는 안전성 문제 때문에 주로 우주 분야에서 제한적으로 사용되다가 지속적인 상용화 과정을 거쳐 현재는 시계, 카메라, 온도계, 계산기, 경보장치, 심장박동조절기, 야전에서 충전이 어려운 군용장비까지 오랜 작동 시간이 필요한 전자제품 대부분에서 이용되고 있지요.

1980~90년대에는 충·방전이 가능한 리튬이온 이차전지 개발이 활발히 이뤄졌습니다. 스마트폰, 노트북, 전기차의 배터리로 잘 알려진 리튬이온 이차전지는 양극과 음극, 전해질, 분리막의 4대 요소로 구성됩니다. 충전 시에는 양극에서 음극으로 리튬이온이 이동하고(넘어가고), 방전 시에는 음극에서 양극으로 다시 이동하여 제자리를 찾는데요. 양극과 음극 사이의 분리막은 리튬이온의 통로 기능과 동시에 두 극의 단락(short)을 막는 절연층 역할을 합니다.

 

 

 

Chapter 02

 

여전히 계속되는 불안감

 

 

 

리튬 배터리는 이렇게 짧은 시간 빠른 발전으로 인류의 생활방식을 과거와 전혀 다른 양상으로 뒤바꾸며 21세기 에너지 혁명의 대세가 되었습니다. 휴대용 가전과 전기차부터 대용량 에너지 저장장치(ESS)에 이르기까지 이제 리튬 배터리가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현대사회의 필수 동력원으로 자리를 잡은 것이지요. 하지만 여전히 가장 큰 약점인 화재 가능성이 해소되지 않으며 편리함과 불안감이 함께 자라고 있는 상황인데요.

이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반응성의 리튬을 대신할 물질을 찾는 연구가 계속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리튬만큼 에너지 밀도와 효율이 높고, 또 상대적으로 안전한 대체재는 발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 전기차 화재의 대안으로 주목받는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 역시 리튬이온 배터리의 일종입니다. 다만 가연성의 액체 전해질 대신 내열성과 내구성이 뛰어난 고체를 전해질로 이용해 단락으로 인한 화재 가능성을 크게 낮추고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고체 전해질은 액체 전해질에 비해 리튬이온의 이동 속도가 느려 출력과 수명의 한계가 분명하고, 화재의 가능성 역시 낮다고는 해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만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개발이 한창인데요.

 

 

 

리튬이차전지 복합소재 개발한 한국화학연구원 연구팀,

왼쪽부터 정상윤 학생연구원, 김도엽 책임연구원

 

 

정부가 선정한 글로벌TOP전략연구단의 5개 주관기관 중 한 곳으로 ‘시장선도형 차세대 이차전지 혁신 전략연구단’을 이끌고 있는 화학연 역시 전고체·리튬금속·리튬황·리튬공기 등의 신개념 이차전지 개발과 더불어 우리나라가 고밀도·고성능 등 핵심기술 전반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하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연구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최근 김도엽 박사 연구팀이 개발한 ‘고안전성 리튬 복합소재’가 대표적입니다.

 

 

 

 

Chapter 03

 

마구잡이 성장 ‘덴드라이트’를 막아라

 

 

지난 1월 발표된 화학연의 고안전성 리튬 복합소재 기술은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리튬이온 이차전지와 차세대 이차전지 공통의 문제점이 되고 있는 덴드라이트(dendrite)의 마구잡이식 성장을 억제하는 기술입니다. 덴드라이트는 전지의 음극 표면에 생기는 나뭇가지 모양의 결정인데요. 양극에서 전해액을 통해 이동한 리튬이온이 리튬 음극 표면에서 사방으로 가지를 뻗으며 자라는 현상입니다. 너무 크게 자라면 양극과 음극을 분리하는 분리막을 뚫고 단락을 일으키거나 전류를 급격히 증가시켜 화재를 유발하곤 하지요.

 

 

화학연 연구팀이 새로 개발한 이차전지 음극 복합소재는 기존의 복합소재 제조 기술이 고온 등의 조건에서 리튬과 반응하는 방식인 것과 달리, 리튬이온을 잘 전달하는 알루미늄 도핑 리튬 란타튬 지르코네이트 고체전해질 소재를 리튬금속과 물리적으로 반죽하는 매우 손쉬운 방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새로운 리튬 복합소재는 테스트 결과 고체전해질 소재를 포함하지 않은 리튬금속과 비교해 덴드라이트가 고르게 안정적인 형태로 성장해 화재 안전성을 크게 낮출 뿐만 아니라 전지의 수명도 3배 이상 증가하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또한 충·방전 속도도 일정 조건에서 20% 이상 증가했지요.

화학연의 이번 연구 성과는 최근 빈번해지고 있는 리튬 배터리 화재 사고의 방지뿐만 아니라 차세대 이차전지 개발의 실마리까지 동시에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민과 관련 산업계 모두의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화학연의 혁신적인 이차전지 기술 개발 노력이 더욱 안전하고 경제적인 한국산 이차전지 탄생의 마중물이 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