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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ict Special

인류 공공재 기대했건만… 심화되는 백신 부익부 빈익빈

작성자하이브파트너스  조회수1,351 등록일2021-12-01
kirct_나르샤_img_02.jpg [149.4 KB]

KRICT 나르샤 I

* 나르샤는 ‘날아오르다’라는 뜻의 순우리말입니다.

 

 

 

인류 공공재 기대했건만…
심화되는 백신 부익부 빈익빈

 

 

백신은 비단 개인뿐만 아니라 집단면역을 통해
공동체 전체를 감염병으로부터 보호하는 수단입니다.
과거에는 공동체 개념이 국가나 지역에 한정됐다면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전 세계가 거미줄처럼 촘촘히 연결되어 있는
지금은 지구촌 전체로 확장되었지요.
전문가들은 이번 코로나19 바이러스 역시 최소 60% 이상의
세계 인구가 백신을 접종해야 집단면역이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충분하고 공평한 백신 접근권

이에 따라 국제사회는 일찌감치 코로나19 백신을 ‘인류의 공공재’로 규정하고 빠른 개발을 위해 협력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백신 개발은 통상 10년, 아무리 서둘러도 5년 이상 걸린다는 게 정설입니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 개발은 역사상 유례가 없을 만큼 신속하게 진행됐습니다. 팬데믹 선언 후 반 년 만에 이미 전 세계적으로 200여 종의 후보물질이 등장했고 임상시험에 들어간 백신도 18개에 달했습니다. 빛의 속도로 백신이 완성되어 가던 작년 6월, 세계보건기구와 세계백신면역연합, 감염병혁신연합 등의 보건 분야 주요 국제기구들은 공동으로 코벡스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구성했습니다. 190여 개 참여국의 출자금으로 백신 개발을 지원하고 개발이 완료되면 모든 국가에 백신을 공평하게 배분하는 일종의 공동구매 프로젝트입니다. 이 프로젝트의 참여국은 백신의 균등 분배를 위해 총인구의 20% 분량 백신만 우선 수령하기로 했습니다. 또한 최소 13억 회분의 백신은 구매력이 부족한 저개발국과 개발도상국에 우선 지원하기로 약속했지요. 벽을 사이에 둔 채 함께 노래를 부르고 악기를 연주하며 사회적 단절의 불안과 공포에 맞서던 세계 시민들은 이런 인도적인 협력과 연대 움직임에 크게 고무됐습니다. 소셜미디어로 전해지는 임상 참가자 모집도 용감한 자원자들로 순식간에 채워졌습니다. 2020년 11월,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모더나의 백신이 마침내 긴급승인을 신청할 것이란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비슷한 때 화상으로 열린 G20 정상회의의 내용은 더욱 희망적이었습니다. “광범위한 접종에 따른 면역을 전 세계적 공공재로 인식한다”라며 “모든 사람에게 적정하고 공평한 백신 접근권을 보장하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는 공동선언문이 발표된 것입니다.

 

과열되는 백신 사재기

하지만 표면적인 국제공조의 분위기와 달리 현실은 불편한 진실로 가득했습니다. 물밑에서는 코로나 사태 초기 마스크와 진단키트를 둘러싸고 벌어진 갈등과 반목이 고스란히 재연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공존과 협력 같은 이상적인 구호는 이미 공공연한 흐름이 되고 있었던 자국 우선주의 앞에서 무력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2020년 3월 미국 트럼프 정부의 문어발식 백신 독점 시도에 대한 보도를 신호탄으로 세계 각국은 너나할 것 없이 백신 확보를 위한 치열한 샅바싸움에 들어갔습니다. 민주주의와 인권보호, 개발원조에 앞장섰던 선진국들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우월한 과학기술과 경제력, 글로벌 네트워크로 제약사와 개별계약을 추진하며 전 세계적인 물량 부족과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게 됩니다. 현재 코로나19 백신은 면역력이 무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각국의 방역 전문가들은 항체반응 감소에 따라 8~12개월 사이에 추가접종(부스터샷)이 필요하리란 의견을 내고 있지요. 또한 전 세계적으로 집단면역이 형성되거나 전염성이 강한 변이 바이러스의 차단이 가능해질때까지는 매년 접종해야 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부유한 선진국들은 자국민 모두를 접종하고도 남을 만큼의 백신을 선구매한 상태에서 벌써부터 추가 확보를 서두르고 있습니다.

 

공공R&D 기반의 독자 백신

선진국들이 기본접종은 물론 추가접종에 대비해 인구 대비 2~3배의 백신 사재기에 나서며 국제사회의 ‘백신 양극화’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듀크대 글로벌보건혁신센터에 따르면 2021년 6월 현재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24개 부국은 약 60억 회분의 코로나19 백신을 구매했습니다. 반면 나머지 국가들이 구매한 분량은 모두 합쳐도 그의 절반 수준인 30억회 분에 불과합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는 일부 국가만의 방역 성공만으로 해결될 수 없습니다. 한 지역에서 집단면역을 형성해도 극단적인 국경 봉쇄가 아닌 이상 또 다른 변이 바이러스의 유입은 필연적입니다. 제때 백신을 접종받지 못해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이 계속되는 열악한 지역에서는 변이 바이러스 발생 확률이 증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백신 부족→전파력이 강한 변이 바이러스 출현→새로운 백신 개발→선진국 독점→저개발국 소외→변이 바이러스 대유행의 악순환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기 위해서 현재 가장 유의미한 방법으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 ‘백신 지식재산권 면제’입니다. 백신 개발국과 기업이 특허를 포기하고 원료 생산과 제조 기술을 공유해 전 세계 각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백신공급이 이뤄지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하지만 복잡한 정치적·경제적 셈법 때문에 좀처럼 의견이 일치되기 힘든 사안입니다. 배타적 독점권이 풀린다고 해도 문제는 남습니다. 백신이 충분해도 빠르게 접종률을 높이기 힘든 나라들도 많습니다. 백신 배송과 보관, 접종 보건의료 인력과 시스템 등의 인프라 격차도 동시에 해결되어야 하지요. 국내에서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지만 마음을 놓기에는 이릅니다. 변이 바이러스 확산세도 심상치 않습니다. 가장 튼튼한 방역은 역시 독자적인 백신 플랫폼의 확보입니다. 우리나라의 백신 기술이 국내를 넘어 범세계적 협력과 공존의 구심점이 될 수 있다면 더욱 금상첨화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