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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ict Special

화학연이 견인하는 지구별 최선·최고 에너지 기술

작성자하이브파트너스  조회수1,834 등록일2021-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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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ICT 나르샤 III

* 나르샤는 ‘날아오르다’라는 뜻의 순우리말입니다.

 

화학연이 견인하는 지구별 최선·최고 에너지 기술

 

 

네이처에 실리는 논문들은 간결하기로 유명합니다. 1,500단어로 제한된 분량에 맞추려면 연구 과정과 결론 모두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명확해야 하지요.
더 중요한 것은 논문의 과학적 의미가 독자의 심장을 뛰게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1953년 4월 2일자 표지논문이 대표적입니다. 현대 과학사에 큰 획을 그은 이 논문은 겨우 900 단어에 불과했습니다.
바로 제임스 왓슨과 프란시스 크릭의 DNA 이중나선 구조입니다.
이 한 장짜리 논문은 도서 관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것으로도 유명했는데요. 논문이 수록된 페이지만 사라지는 경우가 다반사였다고 합니다.

 

 

 

간결·명쾌한 전통
네이처의 이런 전통은 오랜 세월이 흐른 2021년에도 크게 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화학연구원 서장원·신성식 박사팀의 2021년 2월 25일자 표지논문 역시 단순하면 서도 묵직합니다. 몇몇 전문용어만 빼면 일반인이 읽기에도 크게 부담이 없는 수준이지요. 일부분을 요약해 옮기자면 이렇습니다.
“저렴한 소재와 저온용액공정으로 손쉽게 제조할 수 있는 금속 할라이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실리콘 기반 태양전지를 대체할 수 있는 강력한 후보군이다. 하지만 많은 노력과 성능 향상에도 불구하고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광수확능(Light-harvesting ability)은 과도한 전하 캐리어 재결합(Charge carrier recombination)에 의해 여전히 한계점이 존재한다. 이 논문에서는 전하를 손실 없이 잘 이동시키는 전하 캐리어 관리를 통해 페로브스카 이트 태양전지의 성능을 개선하기 위한 전체적인 접근방식을 보고한다. 연구진은 태양전지 구성 층인 투명전극 위에 주석산화물 등을 바로 합성시키는 화학용액증착 기술로 빛을 받은 후 생성되는 전하들이 에너지를 잃지 않고 효율적으로 전류로 변환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새로운 전자 수송층 소재를 개발했다. 또한 태양전지 활성층의 밴드갭을 희생시키지 않고 빛을 더 많이 흡수할 수 있도록 새로운 페로브스카이트 층 소재 합성법을 개발했다. 두 전략을 결합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실리콘 태양전지와 유사한 25.2%의 광전변환효율을 달성했으며, 이는 이론상 최고효율의 80.5%에 해당한다.”
이 논문에서는 빛을 전기로 바꾸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가 반대로 전기를 빛으로 바꾸는 발광소자로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도 세계 최초로 증명해내 눈길을 끌었습니다. 발광효율은 그간 주로 태양전지의 효율이 얼마나 우수한 지를 나타내는 지표 정도로만 사용됐는데요. 기존에 보고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발광효율은 5~10%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그런데 한국화학연구원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을 이용하니 발광효율이 17%까지 치솟은 것입니다.  

 

 

한 발 앞서 내다본 미래

 


사실 한국화학연구원의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연구팀은 이번 네이처 표지논문 게재 이전에도 스타 연구집단이었습니다. 이미 10여 년 전부터 계속해서 혁신적인 연구 성과와 기록 경신으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아 왔지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후변화나 탄소중립을 자신의 세대가 아니라 먼 미래의 일처럼 여기던 2000년대 초반부터 한발 앞서 시작된 한국화학연구원의 태양전지 개발 역사는 이 연구원이 지향해온 미래지향적인 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당초 실리콘 태양전지 개발에 집중하던 화학연은 2000년 대에 들어서며 여러 형태의 태양전지 연구를 수행합니다. 2020년대가 되면 고가의 실리콘 반도체 대신 더 값싸고 효율이 높은 신소재가 태양전지의 패러다임을 바꾸게 될 것이라고 예측한 것입니다. 화학연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연구진은 효율이 높은 무기 태양전지와 값싸고 유연한 유기 태 양전지의 장점을 한 데 모을 수 있는 무·유기 하이브리드 태양전지에 연구력을 집중하며 부도체·반도체·도체의 성질에 초전도 현상까지 나타나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효율을 점점 높입니다.
화학연의 이 혁신적인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2013년 16.2%라는 놀라운 효율로 전 세계 신재생에너지 개발 동향을 취합하는 미국재생에너지연구소(NREL)의 태양전지효율차트에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이 수치는 계속해서 17.9→20.1→22.1→22.7→24.23%로 급상승을 거듭하며 세계 최고효율 기록을 7번이나 갈아치우게 됩니다. 그리고 마침내 2019년 마의 벽으로 여겨졌던 25%를 뛰어넘어 25.2%의 효율을 달성하게 됩니다.

 

 

기록보다 중요한 


그렇다고 화학연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연구팀이 마냥 기록에만 매달린 것은 아니었습니다. 새로운 태양전지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효율을 높이는 것만큼 저렴하고 안정적인 제조공정의 개발이 중요합니다. 이에 따라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제조에 필요했던 500℃ 이상의 고온 열처리를 150℃ 이하의 저온 공정으로 바꾸고, 장소에 상관없이 설치할 수 있도록 유연화하거나 신문을 인쇄하듯 대면적으로 제조하는 기술 개발에도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앞서 서영덕 박사팀의 광사태 나노입자에 이어 서장원 박사팀의 초고효율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개발까지 두 차례나 네이처 표지를 장식하며 한껏 높아진 한국과학의 위상은 뉴스뿐만 아니라 대중의 관심을 보다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소셜미디어를 통해서도 충분히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45만 구독자의 한 과학 유튜버는 실시간에 가까울 만큼 빠르게 관련 소식을 전하며 “이게 진짜 국뽕이 고 국위선양”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는데요. 영상을 본 시청자들 역시 1만 개가 넘는 댓글을 쏟아내며 한국화학연구원이 두 달 연속 일궈낸 놀라운 업적에 축하를 아끼지 않았지요. 
한편 지난해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세계 에너지 전망’ 보고서를 통해 태양광 발전 설비 용량이 향후 5년간 전 세계적으로 두 배 이상 증가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또한 20~50%의 지속적인 비용 감소를 통해 역사상 가장 저렴한 전기 공급원이 될 것이라 예측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