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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ict Special

“이제는 K-화학” 세계무대 향하는 감염병 치료제

작성자하이브파트너스  조회수1,505 등록일2021-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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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ICT 나르샤 II

* 나르샤는 ‘날아오르다’라는 뜻의 순우리말입니다.

 

 

 

“이제는 K-화학”
세계무대 향하는 감염병 치료제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세계적인 화제가 됐습니다.
국내외 언론과 대중매체들이 음악, 영화, 웹툰에 이어
드라마로도 확산되고 있는 한국문화의 영향력에 대해
다시 한 번 앞 다퉈 분석 기사들을 쏟아냈습니다.
알파벳 ‘K’는 이제 한국만의 국지적 현상이 아니라
세계가 함께 즐기는 소프트파워의 접두사가 되어가고 있는데요.
화학기술이 일궈낸 우리의 감염병 치료제 역시 곧 이 대열에 합류할 듯합니다.

 

 

화학연 사상 최초의 신약 상품화, 에이즈 치료제

지난 9월의 마지막 날, 화학연이 발표한 보도자료 한 건이 세종정부청사의 기자실을 분주하게 만들었습니다.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에이즈 치료제가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으로부터 판매 허가를 받았다는 소식이었습니다. 화학연의 사상 첫 신약 개발 성공사례이자 아시아권 최초의 에이즈 치료제란 쾌거에 뜨거운 주목을 받았는데요. 이 가운데서도 더욱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진 것은 화학연 에이즈 치료제의 탄생 비화였습니다. 장장 26년이라는 인고의 세월 끝에 마침내 신약 개발의 결승선을 통과한 인간승리가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는데요. 화제의 주인공 의약바이오연구본부의 손종찬·이일영 박사팀은 화합물 합성을 주도하였고, 세포 기반 항바이러스 시험의 불모지에서 이종교 박사님팀이 감염성 바이러스를 이용한 초기 약효 분석을 담당하게 됩니다. 특히 손종찬 박사는 1980년 대 후반부터 화학연의 에이즈 치료제 개발을 진두지휘하다가 지난 2013년 정년퇴직을 했던 터라 이번 소식에 더욱 감개무량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화학연의 에이즈 치료제 개발이 본격화된 것은 1990년대로, 사상 최대 규모의 국책 프로젝트였던 G7 프로젝트가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당시 우리나라는 다가오는 21세기에는 과학기술 선진 7개국 안에 들겠다는 목표 아래 11개 핵심원천기술 개발을 추진하게 되는데요. 신약 분야의 중점기관이었던 화학연은 전 세계적으로 감염자가 확대되던 에이즈 바이러스, 즉 HIV(Human Immunodeficiency Virus. 인체 면역결핍 바이러스)의 역 전사효소 저해제 개발을 맡게 됩니다.

 

26년간의 끈질긴 연구개발

역전사효소는 에이즈 바이러스(HIV)의 체내 증식을 촉진시키는 특정효소입니다. 에이즈 바이러스는 사람 몸 안에 들어오면 면역계를 조절하는 T세포에 달라붙어 자신의 RNA와 역전사효소를 주입하는데요. 역전사효소는 T세포의 염기서열을 이용해 함께 들어온 에이즈 바이러스의 RNA를 DNA로 바꿔주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렇게 바뀐 DNA가 T세포 안에서 에이즈 바이러스의 생성과 증식을 반복하면서 인체의 면역체계가 서서히 무너지게 되는 것이지요. 국내에서 신약개발에 대한 인식마저 희미했던 와중에도10년 넘게 계속된 화학연의 역전사효소 저해물질 발굴 노력은 2006년 큰 전기를 맞게 됩니다. 조류독감 치료제 타미플루로 유명한 미국 제약사 길리어드가 공동연구를 제안해온 것이지요. 세계 굴지의 다국적 제약사가 국내 연구소에 러브콜을 보낸 것은 우리나라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 당연히 큰 화제가 될 수밖에 없었는데요. 그로부터 2년 뒤에는 더 충격적인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화학연과 길리아드사가 공식적으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것입니다. 정액기술료만 85억 원, 향후 매출에 따른 경상기술료까지 따지면 좀처럼 규모를 가늠하기 힘든 대형 계약은 당시 주무부처의 장관까지 한달음에 달려와 연구진의 노고를 치하할 만큼 역사적인 사건이었지요.

 

국내 기업 기술이전 통해 해외 진출

하지만 곧 불어 닥친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 길리어드의 에이즈 치료제 개발 전략이 새로운 방향으로 선회하게 되며 계약이 해지되었고, 화학연의 역전사효소 저해제 후보물질은 자칫 사장될 위기에 놓이게 됩니다. 다시 시작된 암중모색의 시간. 실망스러운 소식에도 연구진은 굴하지 않고 후보물질의 성능 개선 연구에 더욱 몰입했습니다. 그리고 2012년, 국내 신약개발 기업인 카이노스메드에 다시 한번 기술이전이 성사되기에 이릅니다. 기술이전에 앞서 국내에서 마친 임상 1상을 통해 화학연 역전사효소 저해제 후보물질의 우수한 효능을 확인한 카이노스메드는 에이즈 환자 증가세가 가파른 중국으로 시선을 돌렸습니다. 중국은 해마다 약 8만 명씩 에이즈 감염자가 증가하며 단일 국가로는 세계 최대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는데요. 이 때문에 중국 정부는 2,30대 청년층의 감염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에이즈 치료제 시장 규모 역시 1조 원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지요. 카이노스메드는 2014년 중국 제약사 장수아이디에 역전사효소 저해제 후보물질의 중국 판권을 이전했습니다. 2017년부터 시작된 중국 내 임상시험은 일찍이 길리어드가 주목했던 화학연 에이즈 치료제의 진가를 재확인하는 자리가 되었는데요. 특히 임상 시험 결과 기존 치료제와 효능은 유사하면서 신경정신 계통의 부작용과 유전적 독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조 원 중국시장을 넘어

에이즈 바이러스 치료제 개발의 주역 손종찬 전 화학연구원 박사

 

에이즈는 1981년 미국에서 처음으로 발병 사례가 보고된 뒤 빠르게 전 세계로 확산된 신종 감염병입니다. 특히 록그룹 퀸의 프레디 머큐리, 농구선수 매직 존슨, 배우 록 허드슨 같은 유명인들이 에이즈로 사망하면서 지구촌 전체가 큰 공포에 휩싸이게 되는데요. ‘현대의 흑사병’으로 불렸던 에이즈 진단은 곧 죽음을 의미했습니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에이즈 증식을 억제하는 치료제가 개발돼 대성공을 거두며 이제 완치는 어렵지만 꾸준히 관리만 하면 일상생활이 가능한 만성질환 수준으로 생존율이 높아지게되었지요. 여러 가지 적절한 약물들을 섞어서 복용하는 칵테일 요법은 에이즈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할 뿐만 아니라 한 가지치료제만 사용할 경우 생기는 내성과 부작용을 방지하는데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더욱 효과적인 에이즈 치료와 관리를 위해서는 새로운 신약의 개발과 공급이 필수적이라 할 수 있는 만큼 화학연의 새로운 에이즈 치료제 역시 향후 빠른 시간 내에 중국 내 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카이노스메드는 화학연으로 기술을 이전받은 에이즈 신약의 중국 내 판매허가를 바탕으로 향후 아프리카와 중남미 등 또 다른 해외 시장 진출을 모색 중입니다. 2018년 기준 전 세계의 에이즈 환자수는 약 3,800만 명, 치료제 시장은 약 16조 원 규모로 추산되고 있는데요. 화학연의 에이즈 치료제는 특히 인종 간 차이에 따른 치료제 유효농도 역시 우수해 세계 각국의 임상과 승인 과정에서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줄지어 선 치료제 후보군

이번 화학연의 에이즈 치료제 상용화는 장기적이고 꾸준한 신약 연구개발의 필요성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제약업계에 따르면 신약의 탄생 과정은 상상 이상으로 험난합니다. 신약 후보물질이 탐색, 발굴, 전임상, 임상, 심사와 승인을 거쳐 시판되는 데까지 평균 15년의 시간과 1조 원 넘는 비용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엄청난 투자와 기다림에도 불구하고 상용화의 결승선을 통과하는 신약 후보물질은 1만 개 후보물질 중 단 1~2개에 불과합니다. 손종찬 박사는 “화학연에서 개발된 신약 후보물질이 신약으로 승인된 첫 케이스라는 점에서 더 의미가 깊다”면서 “앞으로도 화학연에서 발굴 중인 많은 후보물질들이 신약으로 개발돼서 인류의 건강과 수명 향상에 기여하길 바란다”는 소감을 밝혔는데요. 30년 넘게 지속적으로 이어져온 화학연의 감염병 대응 연구 분야에서는 에이즈 치료제의 성공사례를 이어갈 또 다른 쟁쟁한 후보군들이 줄지어 대기 중입니다. 2020년 국내기업 아름테라퓨틱스에 기술이전된 화학연의 라이노(Rhino) 바이러스 치료제 후보물질은 그간 마땅한 치료제가 없던 바이러스성 천식 등의 만성 호흡기 환자들의 일상회복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또한 2019년에는 신종플루 치료제의 대명사인 타미플루의 약제 내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치료제 후보물질을 국내기업 에스티팜에 이전해 2025년경 약 2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글로벌 인플루엔자 치료제 시장 진입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환자 수 3억 5천만 명, 국내에도 300만 명의 환자가 있는 B형간염 바이러스의 치료제 후보물질 역시 국내기업(AM science)에 대한 기술이전 후 상용화를 위한 후속 연구개발이 한창입니다. 이와 함께 올해 9월 임상 1상에 착수한 코로나19 백신후보물질에 이어 치료제 분야에서도 화학연의 약진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기존 치료제 렘데시비르보다 탁월한 효능과 안전성으로 관심을 모았던 화학연의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이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에 기술이전되었으며, 작년 말 또다른 흡입형 치료제 후보물질도 국내 기업 나이벡에 기술이전돼 후속 연구가 진행되고 있어 ‘위드코로나’ 시대에 필요한 치료제 탄생의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이렇게 화학연의 감염병 대응 기술 개발 역량은 계속되는 감염병의 위협 속에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방파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